'시간을 달리는 소녀'의 작가 쓰쓰이 야스타카의 신작 '모나드의 영역'을 읽었다.
'모나드'라는 단어의 의미를 알았다면 이 소설의 결을 미리 짐작할 수 있었을텐데... 라는 생각이 든다.
처음 접하는 작가의 소설이라 '호기심'과 '기대감'을 가지고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작가가 SF소설로 두각을 보였다고 하는데 이 소설은 SF라는 장르에 한정되어 있지 않고 역사적, 철학적 화두를 던지고 있다.
어떤 책을 팔아야 잘 팔릴 것인가.
사고하고, 글을 쓰고, 저항하는 것은 누가 내린 지령인가.
신앙이 없는 시대에 신의 존재를 증명할 것인가 등 다양한 화두가 쏟아져 나온다.
소설의 중반 이후에는 화두의 홍수라고 할 수 있을만큼 많은 주제가 논의되고 있어 - 어쩌면 이것은 하나의 화두일지도 - 따라잡기가 벅차다고 생각될 정도다.
작가의 내공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다양한 소설의 형태를 접하는 즐거움도 함께 맛보았다.
'사유의 소설'이라 칭해본다.
시간이 흐른 후 다시 읽어보고 싶다.
독자는 자기 취향에 맞는 책을 읽고 싶어 해. 그러나 온갖 계층의 모든 독자가 공통으로 원하는 책이란 있을 수 없어. 그러니까 ‘검은 책’을 만들라고. 이게 어떤 책이냐 하면, 표지도 내용도 전부 새카만 책이야. ‘하얀 책’이라고 해서 백지 밖에 없는 가제본 같은 책이 팔리고 있지만, 그건 구입한 사람이 각자 자기가 원하는 내용을 써넣는 책이지. 검은 책은 그게 아니라 구입한 사람이 그 책에 뭔가가 인쇄되어 있다고 상상하고 그 까만 페이지에서 뭔가를 읽어내는 책이야. ‘이미 존재하는 책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이 책을 사서 좋을 대로 읽으시오’라는 거지. 그런 책이라면 어떤 계층의 어떤 독자라도 읽을 수 있을거야.
당신이 사고해야 하고, 글을 써야 하며, 그 과정에서 저항해야 한다는 것은 대체 누가 내린 지령인가, 그 정당성은 어떤 것인가, 이런 물음이야말로 참으로 열린 질문이지.
신이 존재한다는 것은 신심 있는 사람에게는 자명한 일이므로 증명할 필요도 없었고, 다른 사람들은 신의 존재는 증명이 불가능하므로 결국 인간은 신의 본질을 인식할 수 없다는 관점에서 그것은 신앙에 의해 지탱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어. 즉 어느 쪽이나 신앙이 기반이 되고 있는데, 지금은 신앙이 없는 시대야. 그렇기 때문에 신의 존재 증명 같은 것을 요구하는 것이지.
#. 모나드 : 세계의 구성 요소로, 모든 존재의 기본적이고 궁극적인 실체를 뜻하는 라이프니츠의 용어 (p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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