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이 슌지 감독의 신작 영화가 나온다는 소식으로 기다렸던 작품 '립반윙클의 신부'
그러나 한국 개봉판이 상영시간을 축소해 편집한 버전이어서 그런지 그닥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는 소식에 이와이 슌지 감독이 집필한 원작 소설을 먼저 읽었다.
그 후 풀버전의 영화로 내용을 소설과 비교해보면서 감독의 연출을 감상하였다.
<소설 립반윙클의 신부>
분홍색 표지에 바이올렛 글씨의 제목. <립반윙클의 신부>
"어쩌면, 세상은 행복으로 가득 차 있어."
(영화를 홍보하는 팜플릿에는 "세상은 말이야. 행복으로 가득 차 있어."라고 씌어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알게 된 남자와 결혼한 여자의 이야기라는 대강의 줄거리만 알고 읽기 시작했다.
'립반윙클'은 미국 소설가 워싱턴 어빙의 단편소설이다.
'립반윙클'이라는 남자가 어느 날 숲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 낯선 사람들과 술을 나눠 마신 후 잠이 들었는데,
잠에서 깨어보니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고 집에 돌아왔더니 미국은 영국으로부터 독립했고,
아내는 이미 죽었으며 자식들은 어른이 되어 있었다고.
그가 잠들어 있는 동안 20년의 세월이 지났다고 하는 이야기다.
낯선 사람의 결혼식에 참석하고 처음 만나는 사람들과 술잔을 나눈 립반윙클과 같은 하루를 보냈다는 비유로 쓰였다.
'립반윙클의 신부'는 이야기가 차분하게 전개되면서 다음 내용이 궁금해지게 만드는 흡인력 있는 소설이다.
다 읽고 나자 약간 서글프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행복은 거짓으로든 진실로든 어떻게든 얻을 수만 있다면 상관없는 것인가?
거짓 속에서 얻게 된 행복이라도 그 순간의 행복이 진심이라면 괜찮은 것인가?
진실은 과연 중요한가?
행복의 본질은 무엇일까?
여러가지 질문이 떠올랐다.
이 세상은 사실 행복으로 가득 차 있어.
모든 사람들이 잘 대해 주거든.
택배 아저씨는 내가 부탁한 곳까지 무거운 짐을 날라 주지.
비 오는 날에는 모르는 사람이 우산을 준 적도 있어.
하지만 그렇게 쉽게 행복해지면 나는 부서져 버려.
그래서 차라리 돈을 내고 사는 게 편해.
돈은 분명히 그런 걸 위해 존재할 거야.
사람들의 진심이나 친절함 등이 너무 또렷이 보이면 사람들은 너무 고맙고 또 고마워서 다들 부서지고 말걸?
그래서 모두 돈으로 대신하며 그런 걸 보지 않은 척하는 거야.
<영화 립반윙클의 신부>
영화 '립반윙클의 신부'를 보면서 소설과 같은 내용으로 전개될지, 캐릭터들의 모습, 장소의 묘사 등이 궁금했다.
글로 읽으면서 상상했던 캐릭터들의 성격이 더 또렷하게 표현된 것 같다.
여주인공인 ‘나나미’보다 그녀를 끊임없이 속여먹는 ‘아무로’라는 캐릭터가 무척 흥미로웠다.
'램버럴의 친구니까요'라는 말을 할 때마다 '니가 램버럴이니까요'라는 말을 해주고 싶었다.
소통과 소외, 관계와 고립, 그것들을 이어주는 SNS라는 연결망, 가짜 관계와 진짜 관계.
무엇이 과연 진짜이고 무엇이 가짜, 거짓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
가족도, 친구도, 남편도, 애인도 모두가 만들어질 수 있고,
어쩌면 가짜가 진짜보다 더 가까울 수 있고, 진짜보다 나은 가짜가 있고, 가짜만도 못한 진짜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영화.
'어쩌면 세상은 행복으로 가득차 있어' 라는 말.
'어쩌면 세상은 거짓으로 가득차 있어' 라는 말 같이 느껴진다.
어쩌면 행복에 거짓은 필수적이라고, 진실이 행복의 충분조건은 아니라고 말하는 듯 하다.
'책 리뷰 > 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투명하기도 그렇지 않기도 한 <흰> 한강 소설 (0) | 2017.04.02 |
---|---|
<모나드의 영역> 사유의 소설 (0) | 2017.03.25 |
<죽여 마땅한 사람들> 비난할 수 없는 살인 (0) | 2017.03.24 |
<빵과 수프, 고양이와 함께 하기 좋은 날> 무레 요코 소설 (2) | 2017.03.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