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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내면의 고요와 평온을 찾는 여정에 대한 기록이다. 
물결의 흐름이 잔잔한 호수와 같은, 또는 일정한 간격으로 밀려오고 밀려가는 파도, 그 아래에 위치한 물의 심연. 
그것이 내가 갖고 싶은 마음의 중심이다. 
흐름이 있지만 잔잔하고, 일렁이지만 모든 것이 송두리째 움직이지는 않는 그러한 물성.

20대 초반에 연애를 하면서 갈팡질팡하는 내 마음을 보고선 “마음을 읽어주는 기계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마음이라는 것을 스캔한 후 내역서 또는 처방전이 나오는 기계 말이다.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은 때론 쉽고 명확한 일이기도 했지만 때론 갈피를 종잡을 수 없는 또 다른 객체 같아 보이기도 해 어려운 일에 속하기도 한다.

회사에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을 때면 내 SNS 프로필명은 “그 곳에 가고 싶다” 내지는 “묵언수행” 같은 류로 바뀌곤 했다.
그 때 그토록 가고 싶어했던 곳은 라다크였다. “오래된 미래”라는 책에서 접한 그 땅에 가면 마음의 평화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나는 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 말을 할 수 없었다. 내 괴로움의 언어를 어디서 찾을 수 있을 것이며, 누구에게 전해지는 것도 내키지 않고, 또 누가 이해해줄 수 있을 것인가 대략 뭐 이런 생각에서 비롯된 것 같다.

관심있는 분야를 그 때 그 때 조금씩 공부해가다보니 몇 해 전, 명상이라는 것을 접하게 되었다.
서울심리지원 동북센터에서 진행하는 “마음챙김명상” 워크숍을 통해 김정호교수님의 진행으로 3~10분 정도의 짧은 호흡 명상, 바디스캔, 걷기 명상 등을 경험해보았다. 

그 때 내가 경험한 명상에 대한 소감은 
 - 그 짧은 순간인데도 눈을 감고 하니 깜빡 졸음이 오더라는 것
 - 바디스캔을 해보니 놀랍게도 몸의 감각이 별로 느껴지지 않더라는 것
이었다. 

그 뒤 나는 요가와 같은 신체 활동을 겸한 수행으로써의 행위 명상은 효과가 아주 좋은데 자리에 가만히 앉아서 하는 명상은 내겐 3분이 딱 적당한 것 같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다. 
그렇게 한 해, 두 해가 지나던 중 통제 가능 범위에 있지 않은 사건으로 인해 잦은 분노를 느끼게 되었고, 그로 인해 나는 다시 명상, 정신 수련을 하지 않으면 안될 상황을 맞게 되었다. 그 상황이란 바로 층간소음이다. 

공동주택에서 생활하면서 층간소음은 피할 수 없는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고 위층 주민들의 쿵쾅거리는 발걸음에 천장등이 흔들려도 그러려니 했고, 옆집에서 화장실 물 쓰는 소리, 웩웩 거리며 양치하는 소리가 매일 들려도 그러려니 했다.(실제로 몇 년 동안 옆집 아저씨가 아침 저녁으로 웩웩 거리며 양치하는 소리를 듣고 산 적이 있다.) 가끔 쿵쿵거리면서 집안을 뛰어다니는 소리가 들려도, 쿵쿵 제자리에서 뛰면서 노는 듯한 소리가 들려도 말 그대로 그런 일은 ‘가끔’ 있는 일이었고 공동주택에 살면서 어쩔 수 없는 일로 치부하고 신경이 쓰인 적은 없었다. 그런데 어느 날 자다가 잠이 깰 정도의 쿵쿵 거리는 진동소음을 접하게 되었다. 2주간에 걸친 관찰과 조사 끝에 진원지를 찾아내고, 관리실에 연락해서 직원과 함께 찾아가고, 다른 이웃과 함께 찾아가 보기도... 이 과정은 한 달 반 남짓한 사이에 마무리가 되었다. 결론은 황당할 정도의 뻔뻔한 거짓말과 발뺌, 그리고 여전히 지속되는 층간소음이다. 뉴스에나 나오는 미친*이 우리집 아래층에 살고 있는 것이었다.(그렇다. 나의 경우 윗집이 아닌 아랫집으로 인한 층간소음이다.) 

내가 통제하거나 변화시킬 수 없는 상황과 상대에 대한 분노는 얼마나 헛된 것인가. 
그러나 분노는 때론 동력이 되기도 한다. 나의 경우 분노로 인해 명상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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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자스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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